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 빛이 번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문득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산을 어깨에 걸쳐두고 횡단보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또 빛이 번져서 보이길래 렌즈를 급하게 닦으려고 했지만 눈이 자꾸 묻어 더 번지기만 했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는 바람에 그냥 재빨리 찍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찍힌 사진을 보는데, 빛이 번져있는 그 모습이 꽤나 나쁘지 않았다. 주변으로 넓게 번지는 저 빛이 나를 밝혀주는 것만 같았다.
혼자 빛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아주 넓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작은 빛을 주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뻐 보였다. 저 빛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사진도 따뜻해 보인다. 분명 칼바람 부는 너무 추운 날씨였는데, 집에 들어와서 확인한 사진은 그저 포근한 날씨에 포슬포슬 내리는 함박눈 같아 보인다.
왠지 앞으로는 빛 번진 사진만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