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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전을 도전하자 Jan 18. 2023

한 번쯤은 꿈꾸었던 프로게이머

SKT T1 (             )

출처 : https://mbn.co.kr/news/sports/4702026


 너는 안돼

 학창 시절 나는 반에서 가장 잘하는 다이아였다. 고등학교에서 다이아는 상위권에 해당되었다. 롤에 티어에는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가 있다. 대부분 브론즈~플래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았으며 다이아 이상부터는 상위 1%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이아는 저주받은 티어이다.

리그오브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1. 애매한 재능

 혹시 애매한 재능이 뭔지 아는가.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는 재능은 사람은 미치게 만든다. 나는 다이아라는 티어를 찍게 되면서 저절로 그 이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허나 나의 재능은 마스터라는 문턱에 막히고 말았다. 물론 같은 팀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른 '운'이 존재한다. 그것을 롤에서는 팀운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실력이 그 이상이었다면 팀원도 충분히 이겨냈어야 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저 멀리 머무르기만 했다. 혹시 나도?라는 생각으로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었지만 시즌2부터 열심히 해온 나의 객관적인 판단은 절대 안 된다였다.


2. 늪에 빠지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티어에 대한 목표 의식이다. 나는 늘 마스터를 가겠노라고 외치며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마스터를 갈 수 있는 승격 전에 3번을 연달아 떨어지며 나의 목표 의식 또한 없어지기 시작했다. 목표 의식이 사라지면 게임을 쉽게 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롤을 끊는다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게임을 하면 할수록 희망 고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3연승, 9연승을 할 때 저 깊이 숨어있던 나의 미세한 꿈은 다시 또 살아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이 내 삶을 방해할 정도가 되지 않게 내가 제어를 할 수 있었다. 본론으로 가서 나의 꿈틀이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마스터를 갈 수 없지만 프로게이머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3. 초점을 분명히 하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았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을까? 그것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 나는 대회에서 나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생각을 하다 보니 답은 나왔다. 나에 맞는 무대를 찾으면 된다는 것을. 프로게이머들의 무대가 아닌 내가 장악할 수 있는 무대를 찾는 것이었다. 프로게이머들에게 다이아는 귀여운 수준일지는 몰라도 우리 일상 주변에서는 다이아가 정말 말 그대로 다이아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즉시 나는 나의 대회를 찾아 떠났다.






 너는 돼

 고등학교 친구를 포함해 나머지 팀원들을 커뮤니티를 통해 구했다. 고등학교 친구를 제외하고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우리들은 뭉쳤다.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시켜 나갔다. 평소라면 마스터를 가기 위해 애를 썼겠지만 더 이상 나에게 버거운 목표를 내려놓고 더 간절하고 재밌는 목표를 향해 연습을 했다. 그 노력 끝에 우리는 예선전 1위를 하고 올라갔다. 본선에 4팀이 올라갔지만 2팀이 게임 전문 대학교에서 나온 팀이었다. 나는 그때 느꼈다.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양성되는 팀에게도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물론 처음부터 그 2팀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 운이 좋게 수준에 맞는 팀과 배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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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회의 무게

 초반에 유리하게 다 이겨놓은 게임을 나의 실수 하나로 무너졌다. 우리 팀원들은 너무나도 잘해줬다. 부족한 팀장을 믿고 열심히 싸워주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방심했고, 결정적인 실수로 게임이 뒤집혔다. 나는 그때 장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대회 내내 손과 발이 차갑고, 덜덜 떨렸지만 집중해서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 한타가 시작되기 전에 혼자 자리를 잡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무리한 시도 때문에 나는 죽고 말았다. 그 순간 손이 덜덜 떨리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번 롤드컵 대회 SKT VS DRX의 케리아 선수의 장면을 보고 나는 저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물론 롤드컵에 비해서 내가 나간 대회는 매우 작았지만 심정은 같았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은 괜찮다고 해줬다. 내 탓이 아니라고 위로를 해줬다. 하지만 그때의 아쉬움은 2년이 흘러도 남아 있는 듯하다.


5. 한을 풀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은 제대로 펼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날아는 보았다. 닭이어도 갈매기처럼 날아보고 싶은 꿈은 꾸어도 무방하지 않은가. 갈매기의 비상을 꿈 꾸지만 한 번도 높은 곳에서 날아보려고 발악하지 못한 닭은 얼마나 가여운가. 내가 그랬다. 가여운 닭이 나의 과거였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어 나의 무대라는 공간에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조금이나마 펼쳐보면서 잠시 갈매기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걸로 만족한다. 비록 갈매기가 되진 못했지만 갈매기가 되어본 경험은 나에게 한을 풀게 해 준 열쇠가 되었다. 마스터라는 꿈은 결국 아예 포기했지만 뭐라도 해보기 위해서 노력한 나의 과거의 모습은 찬란했다. 덕분에 나는 꿈을 이루었고, 한을 풀었고, 리더십을 얻었으며, 값진 인연과 추억들을 얻었다.



혹시 아직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전한다.



가여운 닭으로 평생 남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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