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일상
우리 집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이름은 제로와 콜라. ‘제로 콜라’에서 따온 이 장난기 어린 이름은, 이들의 성격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경쾌하고 가볍지만, 가끔은 이 이름 뒤에 조용한 따뜻함이 숨어 있다. 두 고양이는 안기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슬쩍 다가와 곁에 앉는다. 늘 적당한 거리에서 눈치를 보고, 기다려 주는 그 태도는 인간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아침이면 가족 모두 각자의 일과로 떠난다. 집엔 제로와 콜라만 남는다. 고요한 낮, 서늘한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몸을 옮기며 잠을 자는 이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고양이의 낮잠 시간일 것이다.
저녁이 되어 아빠가 들어서면, 고양이들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켜며 아빠에게 다가가는 그 느릿한 걸음은, 마치 오랜 만에 만난 친구를 향한 반가움처럼 보인다. 아빠는 카메라를 들어 그 장면을 포착한다. 하품하는 얼굴, 길게 뻗은 발끝, 반쯤 감긴 눈, 그리고 그 사진은 곧 가족 카톡에 전송된다. 그하루, 우리는 고양이의 기지개 덕분에 웃는다.
아들이 돌아오면 콜라는 컴퓨터 앞을 선점한다. 키보드 위에 앉고 화면 앞을 막는다. 마치 “이제는 나를 좀 봐”라고 말하는듯, 살짝 쓰다듬으면 얌전히 눕는다. 고양이의 애정은 늘 그런 식이다. 먼저 말하지 않으면 은근히 다가온다.
딸이 집에 들어오면 제로는 그 반응에 살짝 당황한다. 지나치게 반가워하는 딸을 피해 구석으로 숨지만, 이내 딸 품에 붙잡힌다. 몇초를 겨우 참다가 도망치면서도, 가까운 자리에서 계속 그녀를 바라본다. 사랑은 그렇게 거리 안에서 오고 간다.
어느 늦은밤, 딸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로 콜라가 엄마를 애타게 찾아요.” 유리창 틀에 올라 앉아,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두 마리 고양이, 그 모습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층 따뜻해진다.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가 울리면, 고양이들은 뛰어나와 반긴다. 아무말 없이도 우리는 서로 안다.
싱크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양이들은 눈을 번쩍 뜬다. 간식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츄르를 맛보며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뒤로 젖히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닮았다. 그러나 간식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자리를 뜬다. 고양이의 사랑은 붙잡지 않고, 스쳐간다.
가족이 모이면 고양이들도 모인다. 택배 박스를 열면 재빨리 들어가고, 탱탱볼을 던지면 콜라는 높이 뛰어올라 그것을 낚아챈다. 제로는 몸집이 둥글어 그런 점프는 어렵지만, 벌레 잡기 하나는 기가 막힌다. 간식을 먹을 때는 꼭 한발을 들고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제는 그 모습까지도 우리의 사랑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아빠는 유일하게 이들과 놀아주는 사람이다. 변을 치우고, 장난감을 던지고, 카메라를 든다. 아들과 딸은 예뻐하는 전담. 엄마는 털을 빗고 발톱을 깎고 이를 닦으며 이들의 하루를 관리한다. 이 모든 역할이 고루 어우어져 비로소 ‘가족’이 된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정확하게, 조용히 사랑을 전한다. 그들은 우리를 웃게 만들고, 기다리게 하고, 마음을 녹인다. 제로와 콜라, 이 작은 생명들이 있어 우리는 더 많이 웃고 더 깊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