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빨간 립스틱을 바른 단풍 한 장이
손바닥을 활짝 펼친 채 길 위에 누워 있었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난 것들 중
가장 크고, 가장 싱싱하고, 가장 ‘당신 같다.’
곧 잊혀져 갈 당신의 분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은밀한 청 같기도 했다.
시든 낙엽들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그 한 장의 붉음이
나의 발길을 가만히 가로막는다.
주워 품을까, 그대로 두고 갈까.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마음속에서 무게가 다른 두 손이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예쁜 것은 나만 가지려 했던 옛날의 내가
문득 부끄러워져
손끝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섰다.
누구의 눈에도, 누구의 마음에도
오늘의 이 아름다움이 스며들 수 있기를.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방금 찍힌 내 마음의 붉은 도장이
잔상처럼 오래 남아
이끌리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밤새 내린 비에 온 길이 촉촉이 젖어 있었고,
어제 손을 흔들던 그 단풍 한 장은
빗물에 몸이 눅눅해져
가벼워진 몸둥이가 바닥에 살포시 붙어 있었다.
마치 비에 풀칠된 작은 그림처럼
나를 다시 한 번 붙잡아 세웠다.
어제의 선명한 붉음이
오늘은 물속에서 은근하게 번져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