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뒤에 찾아온 과메기

by 자그노기

점심 메뉴는 보쌈과 과메기로 정해졌다.

하얀 솥밥이 얌전하게 차려진 반찬들 사이로 보쌈이 푸짐하게 올랐다. 도톰한 고기에 비계가 붙어 윤기가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고기 옆에 곁들인 빨간 고춧가루의 화사한 보쌈김치는 그 자체로 나를 유혹하기 충분했다. 옷을 입지 않은 절인 배춧잎에 무말랭이 무침이 얹히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또 하나의 무기였다.


하얀 백미를 긁어 그릇에 담고, 달라붙은 누른밥에 물을 부어 불려두었다. 뚝배기 된장찌개는 작은 종지 세 개에 나누어 담았고, 한 개는 국물만 남았는데 한 숟가락씩 덜어주니 가득 찬 인심만큼 마음도 함께 오갔다.


입가에 기름기가 남아 느끼함이 올라올 즈음, 과메기가 자리를 잡았다. 큼직한 과메기는 가족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았다. 야들야들한 청빛을 품은 과메기와 쌈배추, 편으로 썬 마늘, 동그란 청양고추, 사각다시마, 마늘쫑, 편으로썬 오이, 김. 조금 전 먹던 보쌈을 싹 잊게 할 만큼 신선하면서도 비릿한 겨울의 맛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과메기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난겨울, 입맛이 사라졌을 때 우연히 과메기를 먹은 적이 있다. 그때는 한순간에 잃어버린 식욕이 돌아올 만큼 놀라운 맛이었다. 그 기억이 선명해 다시 먹어보았지만, 입맛은 늘 변덕스러워 그때만큼은 아니었다.


몇 해 전 겨울, 처음 먹어본 과메기는 지인이 포항 고향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새콤달콤하게 무쳐진 그 거친 바다의 맛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겨울철 영양 안주인 과메기는 건강을 부르는 겨울의 음식이다. 비릿한 향 뒤에 숨어 있는 담백함이 사람을 이상하게도 행복하게 만든다.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 같은 이 과메기를 크리스마스 날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식구들 역시 덩달아 과메기 생각에 젖어, 또 다른 겨울 식탁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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