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하늘에서 떨어진 별무리처럼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불빛이 내려앉는다.
정문부터 산책로, 나무와 난간까지
빛들은 서로 경쟁하듯 반짝이며
도시는 어느새 하나의 거대한 트리가 된다.
해가 갈수록 장식은 더 화려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더 쉽게 붙잡힌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파트 주변은 일루미네이션으로
연말의 문을 열었다.
문득,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떠올랐다.
교회 안은 늘 분주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장식을 달고, 성극과 무용을 연습하고,
선물 교환과 새벽송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다.
그 모든 풍경은
지금은 기억 속 한 장면으로만 남아 있다.
그때는 초록 나무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교회의 상징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오히려 세상 속 트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어느새 산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바뀌어
연말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트리와 장식을 파는 곳에는
산타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믿음을 갖지 않는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트리를 꾸미며
연말의 분위기를 즐긴다.
그 안에서 크리스마스는
점점 하나의 문화가 되고,
그 문화 속에서
본질은 조용히 자리를 잃어 간다.
그 현실 앞에서
마음 한쪽이 무거워진다.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우리가 세상의 빛도, 소금도
되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된다.
트리의 전구보다 더 밝아야 할 것은
사람의 삶이 아닐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닮은 빛으로 살아간다면,
화려한 장식보다
훨씬 깊고 오래
세상을 비출 수 있을 텐데.
아파트의 불빛 아래 서서
나는 조용히
그 빛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