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너머의 얼굴들

by 자그노기

소래포구 어판장에는 경매를 마친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여기 싱싱한 암꽃게예요. 알 꽉 찼어. 가져가, 게장 담가.”

“얼마예요?”

“1킬로에 2만 원.”

“그거 전부 2만 원이요?”

“어허, 오늘 개 팔기는 틀렸네.”


사람들 사이로 이미 돌아선 내 귓가에 아주머니의 볼멘소리가 어이없이 들렸다. 패딩에 모자를 눌러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쌀쌀함이 비린내마저 잠잠하게 만들었다.


젓갈, 생선, 회, 소라, 굴, 골뱅이, 먹물을 뒤집어쓴 갑오징어, 멸치, 홍합. 바닥에는 갓 잡아온 광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흥정한 손님은 검은 봉지 두 손 가득 웃음꽃을 피웠고, 같은 물건을 여러 가게에 돌며 수십 번 고민하던 사람은 안 고르고 가면 후회할 게 뻔해 결국 하나를 집어 들고 말았다.


회센터 앞을 지날 때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인들은 얼굴만 돌려도 달려 나와 물건 좀 보고 가라며 붙잡았다. 도망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갔다.


애초에 내 목표는 동태와 새우젓뿐이었는데, 말린 박태, 갑오징어, 멸치, 굴무침, 국물 멸치, 과자 한 봉지까지—두 손이 가득 찼다. 얼마를 썼는지도 모른 채 시장을 빠져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소래포구 역사박물관에 들렀다. 벽에 적힌 글과 영상, 전시된 물건들을 보며 나는 어느새 이곳의 역사 한 자락에 서 있었다. 작은 전시관이지만, 그 역사를 알고 나니 소래포구가 전과 다르게 보였다. 필요할 때 와서 물건만 사 가던 장소였을 뿐, 그 위에 놓인 시간과 삶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이 지켜온 세월만큼이나, 내 마음도 조금은 그들의 자리로 다가간 것 같았다.


내일 점심은 동태국을 끓이고 갑오징어를 삶을 예정이다. 짐을 풀고 생선을 손질하며 온갖 비린내를 맡다 보니, 내가 왜 이것을 사와서 이런 고생을 하나 싶어 짜증이 났다. 하지만 모든 일을 끝내고 한숨을 돌리자, 소래포구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수고가 떠올랐다.

비린내 속에서 흘린 그들의 시간과 손길이, 내가 사 온 동태와 갑오징어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앞에서 투덜대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비린내 너머의 얼굴들이 내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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