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남겨진 것들에 대하여
요즘 독감이 유행이다.
초등학교 한 반에 아홉 명쯤은 감기나 독감으로 결석한다고 했다. 우리 돌봄교실 아이들 중에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대개 독감에 걸려 있고,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이미 감기에 노출된 상태다. 다행히 예방접종이 의무화되어 있어, 약과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따뜻한 실내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우리 집 고양이들을 보다가, 문득 대문 밖 길고양이 가족들이 떠올랐다. 이 추위와 찬바람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을까. 살얼음 같은 걱정이 골목길을 올라오는 내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들이 숨는 곳은 어딜까. 고개를 최대한 숙여 차 밑을 들여다보니, 눈만 반짝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반쯤 몸을 접은 채 숨어 있었다.
몇 년 전, 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자 대대적인 중성화 수술이 시행되었다. 한동안 뜸하던 고양이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우리 골목에도 새끼 고양이들이 늘어났다. 그들에게 눈길만 주어도,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개구리처럼 사방으로 도망쳤다. 조금 자라면 또 다른 새끼들이 태어나고, 그 풍경은 반복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골목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랐다.
집 안에서 창문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고양이들이 가끔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반대로, 길고양이들은 자유로워 보여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제 골목을 올라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휙 지나갔다. 옆에서 사료를 주던 아주머니에게 “고양이가 차 밑으로 들어갔어요”라고 말했더니, 뜻밖의 비보가 돌아왔다.
“고양이들이 독감에 걸려서 다 죽었어요.”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것이 길고양이의 운명일까. 한때 부러워했던 그들의 자유란, 사료를 얻어먹는 것 말고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 가족을 이끌던 어미 고양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억울하게 생긴 얼굴로, ‘내 새끼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눈빛에 새긴 채, 우리가 무사히 지나가길 끝까지 지켜보던 어미였다. 잠깐 우리 곁에 머물다 사라진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렇게 빨리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 홀로 남은 고양이가 애처롭다. 어미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는 채, 이 황량한 골목을 바라보며 서 있다. 쓸쓸히, 가족이 사라진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