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맞지 않아도 한 잔

아메리카노, 너는 뭐야.

by 자그노기

고개만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사람들을 홀리기라도 한 듯,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손에는 컵이 들려 있다. 뿌리치기힘든 연인처럼 커피는 늘 우리 곁에 와 있다.


식사 후에 빠지지 않는 코스는 메뉴 선택이다.

“뭘 마실래요?”

이 질문에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마음의 흔들림이 들어 있다. 나는 물 종류를 좋아하지 않아 차 마시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차라리 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안 시켜도 딸기라떼는 알아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달달한 딸기라떼가 맛있긴 하지만, 배가 부른 상태에선 그 포만감이 오히려 둔하게 느껴진다.


현대인으로서 세련미를 갖추려면 차 한 잔쯤은 마셔야 할 것 같지만, 나에게는 그것마저 부담이다. 입이 당기지 않는 체질이라, 결심하지 않으면 거의 찾지 않는다. 눈만 뜨면 차를 마시는 식구들을 보며,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는 촌스러운 사람인가 스스로를 의심한다.


식사 후 차를 고를 때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핫 커피가 거의 정해진 순서처럼 흘러간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메뉴들 속에서, 나는 매번 “뭘 마실까” 안개 속을 헤매듯 망설인다. 안 해도 되는 선택을 억지로 해야 하는 현실이 괴롭지만, 결국은 골라야 한다.


연한 아메리카노는 갈증 날 때 좋고, 핫 아메리카노는 물처럼 연하게 타서 한 모금 입에 대면 딱 좋다. 은은한 향이 입가심이 되고, 혼란스러운 잡다한 기분이 커피와 함께 미끄러져 내려간다.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함께 있기 위해 고른 한 잔.

아메리카노는 언제나 쓰지만,

그 쓴맛 덕분에 우리는

같은 테이블에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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