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 하나에 남은 마음

by 자그노기

겨울용 모자와 장갑을 사러 간 대형마트에서, 나는 뜻밖에 조끼 하나에 마음을 빼앗겼다.

화장실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매장 로비에 걸린 옷들을 바라보다가, 수많은 옷들 사이에서 모자 달린 조끼 하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평소 나는 옷을 고를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거야” 하고 단번에 집어 들기보다는, 한참을 만져 보고, 걸어 나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날도 그랬다. 몇 번이나 그 조끼 앞에 다시 섰다. 가격표를 들여다보니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뒤늦게 남편이 다가와 말했다.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그럼 사.”

“아니야. 꼭 사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가요.”


우리는 그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을 올라갔다. 거기서 비슷한 조끼를 다시 만났다. 더 고급스러워 보였고, 가격도 훨씬 비쌌다. 하지만 처음 조끼처럼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날 쇼핑 내내 나는 마치 숙제를 미뤄 둔 사람처럼 마음이 묵직했다.


며칠이 지나도 그 조끼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캠핑 갈 때 입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시 그 매장으로 갔지만, 조끼가 있던 자리는 이미 다른 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때서야 ‘그날 바로 사지 않았던 것’이 아쉬움이 되어 밀려왔다.


며칠 뒤, 시간적 여유가 생겨 남대문으로 향했다. 그곳이라면 웬만한 옷은 다 있을 거라 믿었다. 비슷한 조끼를 발견하긴 했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모처럼 마음에 들어온 옷 하나 때문에 이렇게 헤맬 줄은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선택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함께 발바닥까지 시큰거렸다.


그때 문득 떠오른 해답이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검색 끝에 드디어 찾아냈다. 색도, 디자인도 분명 내가 보았던 바로 그 조끼였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를 하고, 도착할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한눈에 나를 사로잡았던 그 조끼가 내 몸 위에 입혀져 있다.


그날 이후, 머릿속에서 조끼는 말끔히 사라졌다.


어쩌면 그 조끼는 옷이 아니라, 내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마음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조끼 하나는 그렇게, 내 마음 한 자리에 오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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