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지난 생일에 선물 받은 하얀 워킹화 덕분에, 지하철 5분 전 도착을 목표로 가볍게 달렸다.
에스컬레이터에 이르자 뒤따라오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이 예순에 달리는 사람 봤어요?”
자칭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여유 있게 도착했지만, 제 나이도 모르고 날뛴 탓에 가쁜 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헉헉” 숨을 토해내도 심장은 관성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듯 계속 뛰고 있었다.
전철이 내 앞에 와 멈췄을 때, 숨소리는 제 속도를 유지한 채 군중 속으로 묻혀 버렸다.
서울역에서 내려 ㅇㅇ호텔까지 지하도로 이어져 있었다.
“이런 길이 있었구나.”
몇 번이고 오가던 길을 뒤돌아보며 촌사람처럼 연신 감탄했다.
식사가 끝나면 출근을 위해 혼자 돌아가야 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혹시 길을 잃을까 봐 사진을 ‘찰칵, 찰칵’ 찍어 두었다.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빵조각을 떨어뜨리듯.
바쁘다는 핑계로 부부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하다가, 이번에야 겨우 시간을 냈다.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식사를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나 올 때처럼 빠른 속도로 지하철을 향했다.
어느새 카톡에는 아까 찍어 둔 사진 일곱 장이 도착해 있었다.
내 배가 부르니 지하철 승객이 모두가 배부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무리 고급진 음식도 먹고 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데, 과식한 배만 혼자 고통을 겪는다.
딸이 가르쳐준 대로, 음식을 접시에 담을 때마다 식탁 위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 갤러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잔잔히 흔들리는 안전한 청룡열차에 몸을 맡기고 반쯤 감긴 눈으로 졸고 있는데, 머리가 지끈거려 인상을 찌푸리자 옆 사람의 진한 향수가 코끝을 찔렀다.
“앗, 큰일 났다.”
도착지를 지나쳐 후다닥 내려, 건너편으로 다시 돌아갔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 채, 그렇게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