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다는 말 속에 숨은 것

by 자그노기

남편을 앞에 두고 부인이 타박을 늘어놓는다.

“영감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뭘 하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 걷는 소리, 현관 여는 소리까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몰라.”


숨소리조차 내지 말라는 것 같아 투덜거림이 길어졌다.


평생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으면서도, 요즘 들어서는 이러니저러니 불만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관절 때문에 걷기도 힘든 상태라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보다 남편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짜증이 날 때면 화살은 늘 가장 가까운 과녁으로 날아간다.


부인은 말을 퍼붓는 동안 남편은 멋쩍은 얼굴로 반응 없이 앉아 있었다. 아마 처음 듣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부부는 각자의 방이 있어 잠은 따로 잔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남편 탓에, 늦게 일어나는 부인은 방문을 닫고 자도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신경 쓰인다고 했다. 윗집 소리, 아랫집 소리까지 다 거슬린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척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건, 상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말 아닌가.’

반복해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몸이 아프고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사소한 것까지 트집이 되어 쏟아진다. 만약 자식에게 이렇게 잔소리와 짜증을 퍼부었다면 누가 받아주겠는가. 하지만 남편이기에, 만만하다는 이유로, 아내의 불만을 묵묵히 받아내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지도 모른다.


부부는 때로 원수 같고, 때로는 밑바닥까지 아는 가장 오래된 동료이자 의리 있는 적이 아닐까.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아내와, 그 마음을 읽지 못하는 남편은 고개사처럼 아슬아슬한 줄 위를 걷는다.

부부로 살다 보면 상대를 다 아는 것처럼 쥐고 흔들려 하지만, 실은 서로의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이다. 가깝다는 이유로 말투는 점점 거칠어지고, 남에게 하듯 친절해지기는 더 어려워진다.


나도 다르지 않다.

남편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유보다 먼저 말이 날아간다.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우리는 싸늘해지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안개처럼 가득 찬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안 맞으면서도 40년을 같이 사셨네요.”

부인은 잠시 남편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 영감이 불쌍하잖아.”


그 한마디에, 부인의 진짜 마음이 다 들어 있었다.

미움과 짜증 뒤에 숨겨둔 연민,

함께 늙어온 시간에 대한 체념과 의리.

우리는 종종 그 마음을 꺼내 보이기보다

투정과 불평 속에 숨겨 버린다.


그래서 부부의 말은 늘 어긋난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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