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라

by 자그노기

빙판 위의 핏자국은 잔인하게 흩뿌려져 있다.

낚시줄에 걸린 파리한 산천어의 마지막 발악은 초보 낚시꾼의 어설픈 손놀림 속에서 고통의 흔적으로 남아 피를 통해 전해졌다.


2003년부터 시작된 산천어 얼음나라 축제는 첫해 22만 명이 참여한 성공적인 얼음낚시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2006년부터는 방문객 수가 1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며 현재까지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알려져 있다.


하루 종일 하늘을 향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도 잡히지 않는 산천어. 기어코 잡아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하는 순간, 옆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성에 부러움과 함께 불편한 감정이 부딪혀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잡으면 영웅이 되고, 못 잡으면 실패자가 된 것 같은 스트레스는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쌓여만 갔다.


줄을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일행 중 어린이가 스케이트를 타다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축제장 근처 응급실에 가 보니 산천어 축제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달려와 서로 걱정해 주며 보험 처리까지 확실한 대책을 세워 놓아 새삼 놀랐다. 보호자와 선생님들, 축제 관계자들이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모습을 보며 지역 축제를 대하는 나의 마음의 태도도 달라졌다.


다행히 엑스레이 결과는 ‘괜찮다’였다. 응급실을 나서며 그들의 빠른 행동과 친절, 그리고 관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자리를 옮겨 가며 당김질을 해도 결과는 0마리였다. 춥고 다리는 뻐근하고 어깨가 아파도 이 짓을 멈추지 못했다.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오기’와 ‘포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감정의 파노라마는 나를 인내의 결실로 안내했다.


제발 한 마리만 잡히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긴 기도 같은 간절함에 마음을 비웠다.


그때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렸다.

“물고기 한 마리 드릴까요?”


그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고맙습니다.” 고기를 담을 비닐 가방을 찾아 와 연신 고맙다는 말을 쏟아냈다.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를 비닐 가방에 넣어 주셨다.


이렇게라도 내 소망은 이루어졌다. 그제야 그분을 살펴보니 넓은 가방에 물고기가 가득했고, 얼음낚시를 즐기는 낚시꾼 특유의 여유로움이 풍겼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을 겪고, 소망을 품고, 인내를 경험하는 과정을 이곳에서 배우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산천어 얼음나라 축제 같은 특별한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맑고 깨끗하고 차가운 계곡에서 산다는 산천어는 입에서 살살 녹고, 시커멓게 그을린 살을 뜯어먹는 담백함은 먹어 봐야 그 맛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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