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 일본 만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장발 머리와 단정한 얼굴, 꼭 다문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 질문을 던지면 짧게 답했고, 그 목소리에는 나이보다 성숙한 결이 묻어났다.
소년은 두 살 아래 여동생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다.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다녔고, 그 모습은 보호라기보다 의지에 가까워 보였다. 또래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은 드물었고, 동생과 함께 노는 여자아이들 사이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여동생은 때때로 숨이 막히는 얼굴을 했지만, 소년은 그 신호를 읽지 못하는 듯했다.
눈에 띄는 아이는 언제나 표적이 된다. 소년 역시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단순히 조용한 아이로만 부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무심한 말투로 던지는 한마디,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 또래보다 깊은 이해력.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스케이트장으로, 물속에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달라졌고, 편집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반짝였다.
그럼에도 사람들 앞에 서면 그는 작아졌다. 시선이 모이는 자리는 늘 어색했고, 자신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혼자서는 잘 판단하지만, 관계 속에서는 한 박자 늦었다.
아이는 나에게서 어떤 신호를 읽은 것 같았다. 다그치지 않고, 묻지 않아도 곁에 있는 사람. 어느 날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다시 걸어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심심해서요.”
별것 아닌 이유였지만, 그 한 통의 전화에는 꽤 많은 용기가 담겨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믿고 부를 수 있는 어른 하나쯤 생겼다는 사실이, 아이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했을 것이다.
알수록 아이는 예상 밖의 장면을 보여줬다.
“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사줄게.”
“아니에요, 제 돈으로 살게요.”
작은 고집은 단정했고, 그래서 더 귀여웠다.
점심시간, 주문을 놓친 나에게 주변 선생님들이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소년이 말했다.
“쌤, 한 젓가락 가져가요.”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분위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소년은 이제 6학년이다. 나이에 비해 자란 부분과 아직 머무른 부분이 나란히 존재한다. 그의 눈에 세상은 여전히 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은 아직 낯설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아주 작은 발걸음으로 바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소년을 보며 오래된 기억 하나가 겹쳐 떠올랐다. 너무 수줍어서 사람 앞에서 몸이 작아지던 아이. 친척의 방문에도 방 안에 숨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나. 그때의 나는 세상이 너무 컸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소년은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한 사람은 이미 지나왔고, 한 사람은 아직 걷는 중이다.
아이의 속도를 앞서지 않으면서, 멈추지 않도록 곁에 서 있는 일.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은 그 정도일 것이다.
소년이 언젠가 스스로의 크기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자라났을 때, 오늘의 이 조용한 발걸음이 그를 바깥으로 이끌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그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