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씨앗은 수고를 통과한다

by 자그노기

깃털을 입은 작은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얗게 내려온다.

그들은 떨어진다기보다 공기에 몸을 잠시 얹은 채, 세상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 급한 하루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을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다.


하얀 세상에 붙잡힌 나.

가로등 불빛에 비친 눈송이들은 마치 은총의 씨앗을 아낌없이 흩뿌리는 것 같다. 동심으로 돌아온 마음의 끝자락엔 눈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서 있다. 아직 모르고 있을 그들에게 언젠가는 말해줘야지. 눈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고.


시선이 지면으로 내려온다.

우리 차는 눈 속에 갇혀 있다. 옷에 묻은 눈을 먼지 털 듯 털어내고, 미끄러운 길 위에서 바퀴는 스스로 속도를 낮춘다. 과속은 이 계절 앞에서 자연스럽게 금지된다. 나에게 은총은 늘 이렇게, 다른 이름의 수고로움으로 찾아온다.


마당엔 아직 아무의 발자국도 없다.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허리를 굽히자 끊어질 듯한 통증이 따라온다. 한 손엔 우산, 다른 손엔 삽.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 발길이 이어질 긴 골목까지 조심스럽게 긁어낸다.


눈을 얇게 긁는 소리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빗자루를 들고 나왔고,

남편은 팔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묵묵히 눈을 치운다. 눈 치운 길 위에 첫발을 디딜 사람은 조금은 덜 미끄럽게, 조금은 더 안전하게 걸어가겠지.


내가 받은 은총의 씨앗은

이렇게 수고를 통과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작가의 이전글그 산에는 어린 내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