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센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어르신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프지 말아야지.”
푸념 섞인 그 한마디가 단박에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어르신은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쏟아냈다. 손에는 검진 결과지가 들려 있었고, 아프면 자식들만 힘들어진다며 “요양비라도 벌어놔야지” 하고는 취직을 했다고 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음 진료실로 향했다. 혼자 남겨진 어르신은 아마도 자신의 내면을 향해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 추임새조차 건네지 못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오래도록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고 몸이 아픈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아파도 죄인처럼 느껴지는 ‘부모’라는 이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먼저 미안해지는 마음.
자식들을 힘들게 하려고 아픈 것도 아닌데, 수명이 길어진 현실 앞에서 그녀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어르신들을 만나 안부를 물으면, 대화의 대부분은 몸 이야기로 흘러간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많이 아픈 사람 같고, 조용히 듣기만 하는 사람은 안 아픈 사람처럼 보인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병에 걸리는 일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걱정하다 건강 염려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웬만한 증상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큰 병을 얻는 사람도 있다.
부모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건강관리를 하는 이유는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어쩌면 많은 어르신들이 엘리베이터 속 그녀처럼,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현실 앞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