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by 자그노기

실오라기처럼 벗겨진 그녀의 인생에 꽃이 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실려 있었다. 겨울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늙은 나무가, 어느 날 문득 봄을 맞이한 것처럼.


육십대 중반에 얻은 생명은 한 편의 시처럼 그녀에게 다가왔다.

말줄임표처럼 길고 헐거웠던 나날들에, 불쑥 불씨가 붙었다.


두 아들은 장가를 들었지만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

선언처럼 단호한 말 앞에서, 혹시 자신의 삶을 보고 포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다. 존중은 때로 마음을 접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컸다. 그러나 현실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그 앞에서 그녀는 부모와 형제, 남편과 자식까지 원망의 소굴로 끌어들였다.

나는 ‘왜 저렇게 살까’라는 질문 대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이해보다 거리두기가 더 정직할 때도 있으니까.


인생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의 무게가 깊어질수록 사람은 과거의 수렁으로 끌려간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처럼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독특했고, 영리했다.

그러나 넉넉지 못한 삶의 무게는 결국 자신을 좀먹는 도구가 되었고,

어린 시절 엄마와의 짧은 이별은 오래도록 입안에 남은 쓴뿌리가 되었다.


그녀는 고목처럼 말라 있었다.

병든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은 채, 침몰하는 배에 짐을 더 얹듯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한동안 반려견과 함께하며 위안을 얻었지만,

갑작스러운 병으로 두 마리를 한꺼번에 떠나보낸 뒤 깊은 우울에 잠겼다.

맨정신보다는 알코올의 힘으로 하루를 견뎠고, 약과 병원은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아들이 각각 공주를 안겨주었다.

손녀들의 등장은 그녀를 옭아매던 사슬을 기적처럼 풀어냈다.

고난은 그렇게, 다시 한 번 가장 아름다운 시의 얼굴로 그녀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양의 고난을 안고 산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아?”라고 묻기보다,

한 발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단정한 연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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