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 제로다“
우리 남매는 야행성이다.
밤에 깨어 있고, 낮에는 사람이 비운 집을 지키며 잠든다.
새벽부터 밥그릇은 비어 있었다.
집사는 그 앞을 몇 번이나 오갔지만 시선은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못 본 걸까, 아니면 일부러 외면한 걸까.
아마도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제로가 다 먹었겠지. 조금 늦게 줘도 되겠지.
집사들끼리 나누는 말은 언제나 우리 귀에도 닿는다.
집사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은 부지런히 준비했다.
손은 바쁘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식탁 위는 금세 차려졌고, 그 풍경 속에 우리는 없었다.
울음소리는 몇 번이나 허공에 부딪혔다.
집사는 가끔 고개를 들었지만, 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밥그릇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누나 콜라와 작전을 세웠다.
집사가 휴대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걸 본 순간,
우리는 수위를 올리기로 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먼저 식탁 위에 올라가 바나나를 감싼 비닐을 뜯었다.
집사의 시선이 잠시 닿았다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이제 네 차례야.”
콜라는 늘 나보다 판단이 빠르다.
이번에는 식탁 아래에 놓인 김 봉지를 물었다.
그제야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뜯지 마.”
하지만 그 말은 늦었다.
콜라는 이미 벽에 걸린 두꺼운 전선으로 고개를 옮기고 있었다.
집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콜라, 이러면 안 돼. 위험해.”
그제야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
지금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집사는 그때 알아차렸을 것이다.
집사는 휴대폰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무언가를 적어 보내려다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배가 고팠구나.”
사료 그릇이 채워지고
우리 머리 위로 손이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그 손길에는 뒤늦은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배를 채운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우리는 각자의 은신처로 흩어져 잠들었다.
집사가 출근할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빌었다.
제발, 우리를 찾아내지 말아줘.
이 깊은 잠만은 깨우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