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의 반격
제 몸에 손길이 닿는 건 절대 허용하지 않는 제로. 그러나 콜라에게만은 끊임없이 장난을 건다. 콜라가 어떤 몸짓을 하든 제로는 꼭 시비를 걸 듯 달려든다. 무뚝뚝하고 냉정한 제로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게 신기할 때가 있다.
콜라는 그런 제로가 귀찮아 늘 도망 다닌다. 제로가 올라올 수 없는 높은 곳에 오르거나, 아예 꽁꽁 숨어 버려 찾지 못하게 하곤 한다. 나름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셈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콜라가 달라 보였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제로조차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달린다. 그 순간, 제로는 멈칫 서서 바라보기만 한다. 무표정한 고양이의 얼굴이지만, 집사인 내 눈에는 황당함이 그대로 읽힌다. 마치 그동안 괴롭힘을 당한 복수라도 하듯, 콜라는 전광석화처럼 달려와 제로를 툭 치고는 창문 위로 솟구쳐 올라가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나는 시선을 제로에게 옮겼다. 콜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제로의 얼굴은 어리둥절하다. 이윽고 집 안 공기는 고요해지고, 두 녀석의 모습은 사라졌다.
호기심에 찾아 나서니, 콜라는 아들 방문 뒤에 숨어 잠이 들어 있었고, 문틈 사이로 꼬리만 살짝 보인다. 제로는 딸 방 운동기구에 기대어 뒹굴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몸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애써 태연한 척한다. 그러나 왠지 기가 죽은 모습이 귀엽다. 얼굴을 가까이 대자 제로는 코끝을 내 얼굴에 갖다 댄다. 순간, 체면이 구겨진 듯 풀이 죽어 있으면서도 다가와 주는 제로의 반전 매력에 웃음이 터진다.
잠시 후, 다시 거실을 살펴보니 제로는 현관 앞에서 몸을 반쯤 둥글게 말고 단잠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