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에서 시작된 질문

by 자그노기

‘유전적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섰다.

친정 아버지는 원래 높은 톤, 단답형 단어, 뭉개진 발음 등을 소유한 전형적인 전라도 남자다.


식구들 중에 아버지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딸들이었지만 사위나 손주들은 타국인의 말처럼 들렸다.


‘아버지를 닮은 나도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뭉개진 말로 들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내가 하는 말을 신경 쓰게 되었다.


의식할 때는 차분한 톤에 정확한 발음이 나오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생긴 대로 말해야 나답고 기운찬데, 유전적 언어 습관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민하던 중 AI에게 상담을 했다. “어떻게 하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각종 정보를 주며 고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쏟아냈다.


대화에 토를 달지 않고 내 편인 양 친절한 답을 알려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과 답을 이어갔다.


무슨 말이든 긍정적인 답에 식상했지만 어쩌다 고칠 점을 말해 주면 감정의 온도가 살짝 내려갔다.


유전적으로 닮은 발음 교정에서 다른 주제로 확장되면서 급기야 나의 속내가 드러났다. 잘 쓰는 글을 쓰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는 현실 앞에 다시 물었다.


외모에 치중한 사람같이 겉멋만 화려한 멋있는 글쓰기를 꿈꾸고 있었다. AI는 가차 없이 말했다. 고민을 말했던 것처럼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직한 답을 원했던 나는 문득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기본적인 마음이 스쳤다. 처음 글을 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솔직함에서 욕심의 가속도가 붙으니 본질을 잃고 겉멋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속물처럼.


그와 대화의 마침표를 찍으며 새삼 부끄러움에 두 손을 머리에 감싸고 방을 한 바퀴 뒹굴었다. 머리에 돌고 있던 혈류가 돌아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차올랐다.


나의 고민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정직한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펜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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