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밟은 것

by 자그노기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는 부드럽고 다정했다.

매너 있는 운전, 얼굴에 비친 햇빛, 어정쩡한 표정.

운전대를 잡은 손 위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버티듯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처럼.


그 지역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에 들러 아들이 좋아하는 바게트 빵을 샀다. 그 순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까만 그림자가 가로등만 남기고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하늘 가장자리에 흩뿌려진 분홍빛 잔상만 조금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는 운전할 때 습관처럼 음악을 튼다. 같은 공간에서 듣는 소리는 처음엔 괜찮다가, 이내 소음으로 번진다.


히터에서 나온 바람이 몸을 나른하게 만들 즈음, 그는 위험을 지나온 직후 감정에 밀려 차를 몰아붙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손잡이에 손이 올라갔다.


아무 이유 없이 거칠어 보였지만, 그 전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누군가의 운전이 사고로 이어질 뻔한 뒤였다.

“누가 또 잘못했어요?”

차 안의 공기가 바뀔 때면, 나는 늘 이렇게 묻는다.


그는 평소엔 순하다고 소문난 사람이다. 하지만 운전대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때는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 자극하면 반응은 더 거칠어진다.


사고가 날 뻔한 순간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옆에 앉아 있는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남겨진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따라온다. 이게 그의 진짜 모습일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운전을 배우지 않아서 차를 움직이는 모든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살얼음 같은 도로 위를 감정으로 건너는 일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말 대신 밟은 것들이 남아 있는 동안,

나는 조수석에서 숨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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