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네

by 자그노기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우는 건 나에게 작은 반역이다.


남편과 나는 가게로 들어왔다. 눈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왼쪽 자리에 앉았다. 벽에 탁자와 의자가 자석처럼 붙어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내 마음 한구석처럼 어색해 보였다.


남편은 햄버거 세 개와 콜라 세 잔, 감자튀김을 들고 왔다. 햄버거 하나는 아들에게 가져갈 것이다. 콜라 한 잔도 포장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남에게 아쉬운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두 잔을 혼자 마셨다.


남편은 무엇이든 잘 먹는다. 햄버거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이다. 반면 나는 토종 음식을 좋아한다. 된장 냄새와 김치 국물이 밥상에 올라야 비로소 저녁을 먹은 기분이 난다. 내키지 않았지만 오늘은 조용히 그의 취향을 따라왔다.


이곳의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임 없이 주문하고 결제한다. 대기표를 들고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린다. 저녁 시간이라 아르바이트생이 교대하는지 잠시 분위기가 처진 듯했지만, 금세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공간을 끌어올렸다. 하루 종일 일했을 텐데도 뭐가 좋은지 웃음이 번진다. 그 기운이 손님에게까지 옮겨붙는다.


헬멧을 쓴 아저씨 한 분이 이리저리 서성인다. 햄버거는 시키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잠시 후 양손 가득 배달 음식을 들고 나간다. 퀵 기사였다. 이곳은 먹는 사람과 나르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으로 분주하게 돌아간다.


나는 공짜로 먹으면서도 불평이 많다. 짜다, 양이 많다, 야채가 한쪽으로 밀렸다며 투덜거린다. 남편은 웃으며 햄버거를 먹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미소만 짓는다. 그 얼굴이 괜히 더 평온해 보여 마음이 복잡해진다.


손님은 끊임없이 들어온다. 나는 속으로 “희한하네”를 몇 번이나 중얼거린다. 결국 배가 불러 끝까지 먹지 못했고, 남편이 남은 것을 마저 먹었다. 마치 큰일을 치른 사람처럼 말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벽 쪽에 붙어 혼자 햄버거를 먹는 어르신이 보인다. 키오스크가 버거운지 카운터에서 주문하던 여사님은 머리카락이 희게 물들어 있었다. 햄버거를 들고 나가며 환하게 웃는다. 그 표정이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


나만 촌스러운 사람인가 싶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싫든 좋든 나도 콜라에 햄버거를 먹은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불편한 건 햄버거가 아니라, 내 취향이 슬며시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일은 익숙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리를 조금씩 접어두는 기분이 든다. 별것 아닌 저녁 메뉴 앞에서도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걸 보니, 나는 아직도 나를 지키고 싶은 모양이다.


남편은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묻는다. 더 먹을 게 없느냐고 묻는다. 오늘은 내가 양보한 만큼 그는 만족해 보인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니 또 마음이 누그러진다. 어쩌면 나는 음식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취향으로도 나란히 앉아 있는 이 시간이 낯설었던 건지도 모른다.


신나는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은 줄을 선다. 돌고 도는 이 공간에 사람들은 꾸준히 들어왔다가 나간다. 나도 그 흐름 속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내 속은 아직도 부글거린다. 원치 않던 음식 때문인지, 지키고 싶던 내 자리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한하게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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