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의 공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밥벌이에 옭아매였던 삶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오래 기다려온 쉼이었다.
딸의 친정 나들이, 어른들께 드릴 푸짐한 음식, 시끌법석한 시장에서 전 부치는 냄새는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한 번쯤 쉬어가면 좋았을 것을 쉼 없이 달려온 탓에, 내 마음은 갑작스레 멈춰 섰다.
소름이 돋도록 요란하던 도로의 경적 소리마저 잦아들고, 숨 가쁘던 거리에도 여유가 돌았다. 아이들의 흔적조차 없던 텅 빈 놀이터에는 사람 냄새가 스며들며 온기가 살아났다.
해 뜨면 흩어지고 해 지면 모이던 식구들마저 고단함에 지쳐 각자의 소굴로 숨어버렸다.
밖의 사람들보다 소통이 쉬울 거라는 말은 누구의 발상인가. 묻어두고 또 묻어두었던 감정이 언제 이어질지 모른다.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이 쉽게 풀릴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시끌법석한 시장의 전 냄새에 취해 잠시 만사를 잊었다. 장 보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과 한 봉지를 사 들고 입에 밀어 넣었다. 마치 중독에 걸린 사람처럼.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가 한자리에 앉은 것이 얼마 만인가. 고작 셋뿐인 식구들.
세상에 내놓으면 이렇게 순한 사람들 찾기 힘들다지만, 이런 사람 셋이 모여도 불통이라니. 명절 분위기를 바라는 일조차 사치였고, 사 온 음식마저 그저 한 끼 때우는 쓰디쓴 반찬이 되어버렸다.
연휴의 공기는 이렇게 말없이 소비되며 흩어진다. 묵직한 공기만큼이나 차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