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중입니다

by 자그노기

화장실 리모델링.

이제 그곳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잠시 출입금지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가던 곳도 금지.

당연하던 동선이 끊기자 하루가 어딘가 어긋난다.


근처 건물 공용 화장실은 늘 열려 있어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

휴지는 챙겨 갔지만, 비치된 화장지는 괜히 손이 가지 않았다.

다음 날 새 건물 화장실에서 청소 근로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들킨 사람처럼 또박또박 인사를 건넸다.

그녀 역시 잠시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 짧은 순간, 이곳에 무사히 들어왔다는 안도와

전혀 다른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동시에 스쳤다.

돌아오는 길, 문이 열려 있는 작은 화장실 앞에서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찜이라도 해 둔 사람처럼.


세면도구를 챙겨 15분을 걸어 교회로 갔다.

찬물만 나오는 수도에서 물을 조금 데워 머리를 헹구며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단단한 축복이었는지 깨닫는다.


수도꼭지에 머리를 대고 마지막 헹굼을 하는데 두피가 얼어붙는 듯 아렸다.

그 순간, 살얼음을 걷어내고 찬물에 머리를 감던 중학교 시절 친구가 떠올랐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그 아이의 머리를 감겨 주던 겨울 아침.

물기와 웃음이 함께 피어오르던 기억.


욕실 공사로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푸세식을 겪어 본 세대라 그런지

이 3일의 불편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아주 어렸을 적, 새로 지은 우리 집엔 화장실이 없었다.

늘 아랫집과 옆집 신세를 지며 살았다.


지금 우리 집은 낡은 화장실을 허물고

다시 짓는 중이다.


어쩌면 화장실만 리모델링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잠시 멈춘 일상 사이로

내 마음도 함께 고쳐지고 있는 중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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