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4일째

by 자그노기

내 이름은 고양이 제로다.


누나 콜라는 방 한쪽 상자 안에서 평안히 잠들어 있다. 며칠째 내 심장을 흔들어 놓던 공사 소음도 이제 조금 잦아든 것 같다. 콜라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나는 방문 입구를 지키고 앉아 있다.


공사 첫날은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구석으로 도망가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본 엄마 집사는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겁쟁이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아 괜히 우울해졌다.


그날만 생각하면 콜라에게 부끄러워 숨고 싶은 심정이다.


첫날에는 벽 틈 사이와 전신 거울 뒤에 숨었다. 둘째 날에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뒷걸음쳤다. 삼일째가 되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공사 사일째.

공사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이건 비밀인데, 태연한 척 잘 먹고 자고 싸던 콜라의 잠든 모습을 보니 뒷다리가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콜라도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버티는 콜라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돌이 같은 큰 등치에 겁쟁이라는 별명은 좀 우습지만 괜찮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콜라를 지켜주고 싶다.


엄마 집사는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낯선 소리와 냄새 속에서 적들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본능만이 앞섰다.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완전히 안심되지는 않는다.


사일째 방에 갇혀 있었더니 갑갑하고 밖이 궁금해 죽을 것만 같다. 잠깐 방문이 열리자 콜라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밖으로 돌진했다.


물론 곧바로 아빠 집사에게 붙잡혔지만.


거실은 우리의 영역이다. 캣타워도 있고, 유일하게 창밖의 새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못 나가게 하다니 너무하다.


엄마 아빠 집사는 우리를 안아 거실을 잠깐 구경시켜 주고 창밖도 보여주었다. 숨을 조금 고를 수 있었지만 콜라는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나보다 더 빨리 방으로 돌아갔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알게 됐다. 내 귀가 얼마나 예민한지. 낯선 소리가 계속되니 먹고 마시고 싸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집사들이 카톡으로 내 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것을 보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엄마 집사는 안쓰러웠는지 내가 좋아하는 간식도 사 왔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정말 꿀맛이었다.


공사가 하루나 이틀 더 늘어났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 참을 만하다.


그런데 작업 아저씨들이 퇴근하면 문을 열어 줄 줄 알았는데 먼지 때문인지 열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장판을 발톱으로 살짝 들어 올리고 이빨로 조금 뜯어 놓았다.


콜라와 나의 합동 시위였다.


하지만 이건 옳은 방법이 아니라며 혼이 났다.


이번에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는 우리 집사들의 소리와 낯선 사람들의 소리를 아주 정확하게 구별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방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 또 적들이 올지 모르니까.


상자 안에서 자고 있는 콜라의 숨소리가 조용히 들린다.

나는 그 앞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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