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거기 있어요?

by 자그노기

간식을 양손 가득 들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샘한테도 나눠 줄 수 있니?”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직접 사 드세요.


“샘 돈 없어.”


“일하는데 돈이 없어요?”


“그래도 부족해.”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돈 좀 많이 달라고 하세요.”


한마디도 어물거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

왜소한 몸에 말이 참 많다.


울보이기도 하고

화가 나면 양손과 발로 버둥거린다.

자존심도 세다.


귀여움을 받는 아이지만

그 귀여움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을

은근히 무서워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아이는 늘 말한다.


“나는 공부가 싫어요.”


“그래, 샘도 싫어. 그래도 해야 돼.”


아이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러고는 연필을 집어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입에 맞는 간식에는

한없이 약해지는 아이.


아직 한글을 완전히 읽지 못해

글자를 익힐 때면

간식이 작은 보상이 된다.


“샘, 쉬 마려워요.”


나는 어느새

그의 화장실 친구가 되어 있다.


“샘, 문 닫지 말고 등 돌리고 지켜 주세요.”

“샘, 나 보지 마요.”


화장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이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샘, 거기 있어요?”


그의 속셈은 하나다.

내가 도망가지 않고

거기 있다는 확인.


예전에 형들이 따라왔다가

몰래 도망가 버린 일이 있었단다.

그 기억이 아이 마음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아이는 책상 밑 구석으로 숨어 버린다.


큰 눈망울과 긴 눈썹 사이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처럼 맺힌다.


달래도 바로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한동안

자기 마음 속 숲에 숨어 있다.


나는 기다린다.


아이가 그 숲에서

스스로 걸어 나올 때까지.


아이를 바라보다 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저 아이처럼

어딘가에 숨어 있는 날이 있고,

또 어떤 날에는

누군가를 기다려 주는

선생의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사람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말보다

조용히 기다려 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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