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 제로다

by 자그노기

누나 집사네 집에 온 지 열흘째다.

엄마 집사는 나를 이곳에 맡겨두고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인정머리 없는 사람처럼.


공사 소음에 예민해진 귀,

야위어버린 잘생긴 얼굴,

식욕이 곤두박질쳐 미처 비워내지 못한 뱃속까지.

나는 점점 나답지 않게 변해갔다.


처음엔 낯설었던 이 집도

누나와 매형 집사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콜라와 나는 어느새 이 집의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갈 즈음,

엄마와 아빠 집사가 불쑥 찾아왔다.

반가움보다 먼저 올라온 건 낯섦이었다.


엄마 집사는 츄르를 흔들며 나를 불렀지만

이미 상해버린 내 마음은

그 정도로 달래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콜라는 더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나는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조금은 두려워졌다.


익숙한 냄새는 분명히 났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버려진 것 같은 마음은 이미 깊게 멍이 들어 있었다.


소음을 피해 온 이곳에서도

결국 우리는 소음을 피하지 못했다.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는 말과 함께

드릴 소리가 다시 시작됐고,

그 소리는 내 신경을 끝까지 긁어냈다.


심장은 자주 흔들렸고

비어버린 위장은 사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먹구름처럼 칙칙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돌아가는 엄마 집사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 못한 채

어색함만 남기고 다시 멀어졌다.


이번 주가 지나면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공사는 끝났다고 했다.

이제 소음 대신 새소리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과

누나 집사의 손길,

그리고 잠시나마 이 집의 고양이로 살았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돌아가는 길,

나는 아마도

조금은 뭉클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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