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유리창에 기대어 내려다보니 옥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널브러진 부산물들이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저 옥상은 절반은 초록색 방수 옷을 입고, 절반은 낡고 초라한 옷을 걸치고 있다. 어쩌면 방수를 반대했던 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무성한 풀들은 제멋대로 흩뿌려져 자라고 있었다. 또 다른 옥상에는 싱그러운 채소들이 춤추듯 자라며 주인의 보살핌을 받는 기쁨을 드러낸다. 햇볕 아래 익어가는 그 모습이 옥상마저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었다.
길 건너 단독주택들은 제각각 모양을 뽐내며 들어서 있다. 그 사이 큰 길가에는, 한때 엄마와 우리가 살던 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다. 산자락 아래 작은 동네였기에 늘 사람 냄새가 풍기던 곳. 이제는 모두 지워지고 낯선 이들만 오가고 있다.
아파트의 위세는 멈출 줄 모른다. 앞산의 자취마저 삼켜버렸고, 큰 길을 비추던 햇살도 가렸다. 그 자리는 이제 낯설기만 하다. 추억의 흔적을 지운 땅 위에, 도시는 그렇게 ‘고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채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