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이 거의 없다. 늘 ‘약한 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친구들의 놀이를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아마도 소화 기관이 좋지 않아 남들보다 더 외소해 보였던 탓일 것이다.
섬마을 바닷가, 물결이 넘실대던 그곳은 우리 모두의 놀이터였다. 남녀 구분 없이 옷을 훌렁 벗고 뛰어들던 바다는 햇살과 어울려 반짝이며, 마치 누군가의 그림 속 장면처럼 빛났다. 선착장에 줄지어 메달린 작은 배들은 물살을 따라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다.
개구쟁이 사내아이는 몰래 배 위에 올라가 선장이라도 된 듯 호령하며 장난을 쳤다. 모두가 정신없이 물놀이에 빠져 있을 때, 배 주인이 나타나 그들이 벗어놓은 옷을 모조리 가져가 버렸다. 물 밖으로 나온 친구들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옷을 찾다 사라진 이유를 깨달았다. 결국 한 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요 부위만 가리며 동네로 들어갔다. 나는 겁이 많고 몸이 약해, 선착장에 앉아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는 함께 뛰놀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초등학생 아이들과 하루를 보낸다. 책을 읽어주고, 탁구를 치고, 오목을 두고, 땅따먹기도 한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이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세월이 수십 번 바뀌었어도 아이들의 세계는 여전히 반짝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못 다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오늘도 새롭게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