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해는 주꾸미 철이다. 어젯밤, 갑자기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비 올 확률은 80%. 난생처음 길가에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바닷가의 습한 공기와 짠내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사방이 캄캄해 분간조차 어려운 미지의 세계. 뒤척이다가,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주꾸미 낚시꾼들이 모이는 이곳에는 모두 개인 보트를 가지고 있었다. 텐트에 공기를 주입하면 사람들은 힘을 모아 바닷가로 나른다. 그러나 서해 바다는 쉽게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넘실대는 파도가 보트를 거칠게 밀어냈다. 두 대 중 한 대만 간신히 출항했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울성 파도에 위험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홉 명 중 단 몇 명만 선택받은 것이다.
하늘엔 짙은 구름이 깔려 햇빛을 가리고, 파도는 바람에 떠밀려 보트를 내쫓으려 한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히 떠 있는 작은 배들만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겁을 삼켰다.
먼저 나갔던 친구가 돌아오다 보트에서 내려오던 순간 손바닥이 찢어졌다. 피가 흥건했지만, 그는 파도 속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했다. 평소 상남자처럼 몸을 과시하던 그에게서 의외의 귀여움과 순수함이 묻어났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작은 무인도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져 있다. 나는 간절히 바란다.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그러나 내 차례가 되자 거센 파도가 다시 몰아쳤다. 끝내 보트에 오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낚시꾼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갔다.
발길을 돌린 해수욕장 모래사장에는 바지락이 숨어 있었다. 우리는 주꾸미 대신 바지락을 캤다. 모래 위에 앉아 숨박꼭질하듯 바지락을 찾는 순간에도 큰 파도가 내 등을 후려치며 밀어냈다.
긴 하루였다. 젖은 몸을 찜질방에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보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파도처럼, 빗소리마저도 무섭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