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나를 반겼다. 몇 해 전 달과의 인연이 모락모락 연기처럼 되살아난다.
밤의 걷기 운동은 이제 내 일상이 되었다. 산둥성이 고개를 넘어서는데, 눈길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달이 있었다. 그는 수줍은 듯 얼굴을 반쯤 내보였다가, 내가 바라보면 도망가고 시선을 거두면 다시 다가왔다. 마치 밀당의 고수 같았다. 나는 그의 눈길을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나는 앞으로 부지런히 걸었지만, 그는 뒷걸음으로 나의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온전히 그 얼굴을 보려는 마음에 고개를 넘었으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보름달의 둥근 얼굴을 마주하리라 했지만, 산마루에는 반쪽 얼굴만 걸려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온전히 보일 것 같아 달려갔지만, 이번에는 다른 산으로 숨어 다시 반쪽을 감추었다.
호수를 돌아서면 그를 가릴 산은 더 이상 없을 터였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달은 구름 속으로 서서히 몸을 감추었다. 순간 나는 괜히 삐쳐버렸다. 실망한 마음에 시선을 땅으로 떨군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달은 내 등 뒤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아파트 틈새에 끼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늘의 길동무였음을 알리듯 은은한 인사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