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그림움의 자리
여름 휴가를 맞아 결혼을 앞둔 딸과 아들과 함께 우리 네 식구는 전남 완도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는 고양이 제로와 콜라만 남겨두고 나서니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이 교차했다.
여행의 첫 길목은 목포 동부 시장이었다. 전라도의 향취가 가득 담긴 겉절이와 파김치를 샀다.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는 엄마, 맛난 김치를 덜어주시던 그 손길이 없는 세월. 그래서일까, 그 김치 맛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고향이 가까워질수록 바다 냄새에 취해버렸다. 하늘 위 구름도 우리를 반기는 듯 제각각 흩날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막내딸을 기다리며 마당을 달려나오던 엄마의 뒷모습 같았다.
십 년 넘게 비어 있는 산 아래 고향집은 풀과 나무에 뒤덮여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뒷뜰로 올라가니 지붕만 겨우 보였다. 부모님이 계시던 그 집도, 이제는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편히 돌아와 쉴 수 있는 고향집도, 영원한 고향이던 부모님도 더는 내 곁에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저릿했다.
나는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이웃 언니의 집을 찾았다. “이제 언니밖에 없어.”라는 내 말에 언니는 손을 끌어 나를 앉히고, 국수를 말아 내주셨다. 콩가루에 설탕을 넣은 시골만의 설탕 국수. 자식들은 낯선 맛에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내겐 그 한 그릇이 또 다른 고향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언니가 썰어낸 묵은지 한 포기. 순간 나를 행복으로 데려다 놓은 마법 같은 맛이었다. 우리 네 식구는 감탄을 하며 젓가락을 멈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고마웠던지 언니는 김치통에서 묵은지를 아낌없이 꺼내 주셨다. 나는 그저 좋았다.
집을 나서며 열린 사과 몇 개를 챙겨 들고, 언니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대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