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함께하는 일상(반려묘)
내 이름은 제로.
아침이면 집사는 물과 사료를 가득 채워두고 어딘가로 떠난다. 그 순간부터, 이 집은 완전히 우리의 세상이 된다. 나는 집 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가끔은 가벼운 장난도 친다. 그러다 보면 금세 지치고, 따분해지고, 결국 안방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는다.
길게 몸을 뻗고, 배를 위로 내밀고, 세상 편하게 낮잠을 잔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땐 몸이 훨씬 가벼웠다. 벽이란 벽엔 내 발톱 자국을 꾹꾹 눌러 천장까지 수놓았고, 장롱 모서리는 이빨로 뜯어 껍질을 벗겨놓기도 했다.
집사는 손가락질하며 뭐라 했지만, 나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는 내 귀여움에 반응하듯 각종 놀이감을 사 들였고, 내가 방방 뛰기라도 하면 그들은 마치 공연을 본 듯 환호했다.
틈만 나면 사진기를 들이대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
제발, 나를 억지로 안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만지거나 붙잡는 건 정말 싫다.
그냥 가만히, 내가 다가갈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한다.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부은 눈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사는 자주 늦는다.
내가 가장 신나는 순간은 츄르를 먹는 시간인데, 그건 집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루 종일 유리창 틀에 앉아 기다리는 것도 지쳤다. 눈 빠지게 바라보는 이 창밖에서, 나는 오늘도 집사가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드디어—
창밖에서 집사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제로야!”
나는 처음엔 내려다만 보다가, 이젠 “야옹, 왜 이제 와?”라고 말하듯 울고,
곧장 현관문으로 달려가 그를 맞이한다.
하지만 집사는 짖궂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방을 돌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시간을 질질 끈다.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간식이 언제 나올지 눈을 떼지 못한다.
집사는 웃는다. 나를 약 올리는 게 재미있는가 보다.
나는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말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만 좀 굴리고, 어서 내놔!”
츄르를 먹을 땐 한 발을 들어야 한다.
언젠가부터 그게 룰이 됐다.
집사의 손에 발을 올려야만 간식이 나온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집사가 잊어도 내가 먼저 발을 들어 올린다.
가끔 눈빛이 간절한 날엔 하나를 더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하루는 끝난다.
이 집, 이 시간, 이 츄르.
모두 다 나 제로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