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콜라다 — 이 집의 고요한 감시자

1부 - 함께하는 일상(반려묘)

by 자그노기
캣타워 위의 콜라
캣타워 보다 높은 천장 바로 밑 콜라

제 이름은 콜라.

캣타워 제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 순간, 나는 이 집의 감시자다.

오늘은 천장에 거미가 붙어 있었다. 꽤 컸다.

제로와 내가 합동 작전으로 낚을 예정이었지만… 나는,

그만… 망설였다.

발을 뻗으려던 찰나, 그 거미는 유유히 천장 속으로 사라졌다.

나의 자존심? 말할 것도 없이 박살.

그 거미, 언젠가 반드시 잡는다. 두고 보자.


집사는 내가 조금만 꼬리라도 흔들면

“우와~ 잘한다~ 우리 콜라~!”

하고 호들갑이다.

솔직히… 이제 좀 식상하다.


밤이 되면 불이 하나씩 꺼진다.

그러면 나는 습관처럼 싱크대를 올려다본다.

환풍구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뭔가 있다. 분명히.

그래서 매일 밤, 정찰을 나간다.

그러다 딱 걸리면 집사한테 통째로 안겨 내려오고, 혼나고,

다음 날 또 간다. (후퇴란 없다.)


밖에선 비가 온다.

나는 긴 털을 입은 채 여름을 살아가고 있다.

집사는 “너무 더워 보인다…”며 걱정하지만

그래도 오늘 밤은 비 덕분에 시원하다.

감사, 하늘.


이 집에서 내가 자랑할 만한 기술이 하나 있다.

탱탱볼 점프 캐치.

한 번 점프에 공중에서 탁!

집사는 감탄했고, 탱탱볼을 무려 10개 이상 사왔다.

지금 내 발밑 어딘가에도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발에 걸리는 그 모든 공이 탱탱볼이다.


나는 제로보다 깔끔하다.

먹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한 박자 느리고 단정하게.

내 보금자리는 안방 복사기 위.

밤이 되면 그 위에 조용히 앉아

자는 집사와 식구들을 감상한다.

제로는 베란다 쪽에서 잔다. 더위를 많이 타니까.

그리고 가끔,

내가 안 보이면 울며 나를 찾아 헤맨다.

뭐야, 귀엽잖아.


하지만 그 귀여움도 5분 지속이다.

그다음엔 내게 달려와 장난을 건다.

기습! 넘어짐!

“야, 나 오늘 그런 기분 아니라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가와 그루밍을 해준다.

그러면 나도, 괜히 따라 하게 된다.

우린 그렇게, 사이좋은 남매다.


제로가 어릴 적 배변 훈련을 할 때,

나는 근엄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봤다.

“거기 아니야. 모래 안 파였잖아.”

그는 당황해 하며 내 눈치를 보며

어디든 파고 덮고 나왔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 눈빛이 교육적이라는 걸.


제로는 표현이 많은 고양이다.

배고프면 야옹, 심심해도 야옹, 서운해도 야옹.

나는 조용한 편이지만,

그 덕분에 종종 제로가 대신 요구한 간식을 나도 덩달아 먹게 된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제로가 싫지만은 않다.


물론, 집사는 제로의 이름을 더 자주 부른다.

처음 데려온 게 제로니까 이해는 하지만,

가끔 소외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른 식구들이 날 더 예뻐해주니까 괜찮다. (진심이다.)


어쩔 땐 제로를 피해

숨기 좋은 구석을 발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불이 환하고, 집사는 졸고 있고,

나는 그 앞에서

오늘의 마지막 은신처를 찾아 서성인다.

소파 아래? 커튼 뒤?

어디든 좋다.

나는 콜라. 이 집의 조용한 관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