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by 자그노기

서해바다에 닿자 이미 그곳은 차박하는 낚시꾼들의 놀이터였다. 한가함을 기대했지만, 좋은 자리는 모두 그들의 몫이었다. 텐트 속에서 자던 아저씨는 굵은 목소리로 “조용히 좀 합시다”라며 짜증을 냈다.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보트에 공기를 주입하는 소리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사이로 또 다른 차들이 바닷가 쪽으로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 우리는 먹거리와 낚싯대를 챙겨 잔잔한 바다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나섰던 첫 주꾸미 낚시는 실패였기에, 이번에는 기본기를 익히고 다시 무대에 선 셈이다. 배운 대로 차근차근 적용했고, 곁에서 건네는 조언을 귀담아 들으며 조금씩 터득해 나갔다.


어디선가 본 글귀가 떠올랐다. “자연과 마주할 때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자 파도와 바람의 호흡이 들려왔다. 그렇게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손끝에 작은 움직임이 전해졌다.


바다 위에는 이미 많은 보트들이 흩어져 저마다 주꾸미를 노리고 있었다. 물속으로 살랑살랑 춤을 추며 내려가는 분홍빛 미끼, 그 유혹을 알아채지 못한 주꾸미가 덥석 물어올린다. 공중으로 끌려오며 흩뿌리는 물방울은 마지막 몸부림일까. 서릿발처럼 단단한 표정으로 주꾸미에 몰두한 사람들. 이곳은 누군가에겐 생업의 장이고, 또 누군가에겐 잠시의 일탈이었다.


그물이 차오를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성취의 기쁨 뒤에 알 수 없는 미안함이 스며들었다. 목표는 이미 충분히 채웠지만, 여전히 그물 속에서 요동치는 생명들은 살아 있음을 몸부림으로 외치고 있었다.


빨갛게 물든 햇님 아래, 바다는 노을을 머금고 잔잔히 흔들렸다. 우리는 수확의 무게만큼 노곤해진 몸을 맡긴 채 돌아왔다. 누군가에겐 흡족한 하루였지만, 누군가에겐 슬픈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다는 그렇게,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품으며 우리를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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