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릇이 몇 시간째 비어 있다. 그들의 행동은 차분하고 느긋하며 평화롭다. 다만 집사의 움직임에만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다. 비어 있는 그릇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 그들은 오히려 평정심을 가진 듯 보인다.
사람들 중에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다른 이의 아픔 앞에서 함께 슬퍼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평범하지만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그릇이 항상 채워져 있을 때는 달랐다. 그들은 틈만 나면 와서 조금씩 먹었고, 어느새 비만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집사는 통통해진 그들을 안으며 귀엽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점점 비대해져 가는 그들의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구석진 곳만 찾아 늘어져 자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풍요가 오히려 활력을 빼앗아 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릇을 비워둔다. 단순히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건강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비워두는 용기를 내는 일임을 깨닫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겉치레만 풍성한 삶, 체면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 부모의 방식 그대로를 답습하며 살아가는 삶이 있다.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위대한 일인데정작 욕심은 동정심 너머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남을 향해 쏟아내는 악한 말, 그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것이다. 말 몇 마디가 사람의 마음 전체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제발,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어 진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허물을 용서하고,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 단순한 동정심에 머물지 않고, 행동하는 사랑으로 나아가길.
이윽고 고양이가 집사를 찾아와 은은한 눈빛으로 골골송을 부른다. 이제 집사도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기 위해, 마음의 사랑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