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뿔, 그 안에 담긴 나의 고백
남편이 말했다.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어?”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개뿔.”
마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남편의 고개는 하늘을 향하고, 입가는 하얗게 색칠되어 있었다. 차가운 기운에 입술은 파랗게 물들었고, 표정은 활짝 웃는데 소리는 없는 웃음이 자꾸 터져 나왔다. 나도 웃고, 딸도 웃고, 아들도 웃었다. 그 한마디가 왜 그리 우스운지, 우리 집은 한동안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남편의 웃음을 바라보니 묘했다. 아이들처럼 소리 내어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무언가 다른 기운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혹시 내가 너무했나? 미안함이 웃음 사이로 스며들었다.
남편의 웃음소리가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눈물처럼 들렸다. 분명 진심은 아니었다. 그저 농담일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서늘해지는 걸까.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 그 속에는 서로를 향한 감사와 원망, 기쁨과 후회가 한데 뒤섞여 있다. 때론 농담이 가볍게 흘러가지만, 그 농담이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도 한다. 아이들 앞에서 껄껄 웃던 남편의 얼굴에, 나는 문득 지나온 날들이 겹쳐 보였다.
“개뿔”이라며 던진 대답 속에는 사실 수많은 행복이 숨어 있다. 함께 나눈 밥상, 함께 웃은 시간, 함께 견뎌낸 고비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나는 다시 웃었다. 이번엔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남편의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아니야. 사실은, 많이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