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강아지

by 자그노기

미용실 쇼파 위, 블랙푸들이 앉아 있었다. 손님인 나를 처음 보는 듯, 경계하며 짖기 시작했다. 놀라 눈을 크게 뜬 그의 모습에, 나는 자연스레 지난번 불독을 떠올렸다.


“먹기만 하면 토하고, 안타까워 죽겠어.”

원장님이 불독에 대해 했던 말이 스쳤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조용히 하루를 보내던 녀석.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특히 정으로 묶인 관계일수록 그것을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미용실에 오면 원장님의 사랑과 애정이 넘쳤지만, 손님인 나에게는 특별한 감각이 없던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불독이 떠난 자리에는 알 수 없는 애잔함이 남아 있었다. 덩치 큰 강아지였을 뿐인데, 그 빈자리와 기억은 마음 한켠을 스쳤다.


그러나 블랙푸들 앞에서 나는 조금 다른 마음이 들었다. 그의 눈꼽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원장님은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떠난 불독이 그랬듯, 현재 강아지와 마주하는 정성은 다가오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블랙푸들은 모자를 쓴 채 재롱을 부리며 나를 바라보고, 꼬리를 살랑인다. 그 시선 속에서 나는 원장님의 마음과 지금 이 순간의 온기를 함께 느낀다.


떠난 존재의 기억과 현재의 생명 사이, 미용실의 하루는 조용히 흘러간다. 작은 손길과 마음이 닿는 만큼, 강아지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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