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 엄마의 경쟁자

by 자그노기

엄마는 인심 좋은 섬마을 사람이었다. 섬이라는 배경을 떠올리면 흔히 평화롭고 순박한 풍경만을 상상하지만, 그 안에도 경쟁과 갈등은 있었다. 엄마 친구, 내가 ‘갑질 아짐’이라 부르던 사람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 아짐은 엄마의 절친이자 동시에 경쟁자였다. 집안이 넉넉하고 자식들도 출세해 한자리씩 하고 있는 터라, 늘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타고난 성격이기도 했지만, 세련된 말씨와 자신감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짐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다. 집안이 넉넉하다 보니 아프면 약을 내놓고, 새살림이 들어오면 선뜻 무엇이든 내어주며 자연스레 중심이 되었다.


반면 엄마는 까막눈이었지만 눈치와 셈은 빨랐다. 인심도 후해 집에 손님만 오면 푸짐한 밥상을 차려낼 줄 알았다. 손맛이 좋아 동네 잔치에 불려 다니는 소문난 솜씨였고, 젊은 이들에게는 지금의 복지사 같은 역할도 했다. 그러나 살림이 넉넉지 못해 늘 속상한 마음을 안고 살았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음식뿐이라는 사실이 엄마를 자주 울렸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짐이 동네 친구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목욕탕 갈 사람?”

그 집엔 자동차가 있었고, 읍내 목욕탕까지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했기에 모두들 가고 싶어 했다. 엄마도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짐은 차에 자리가 없다며 단박에 잘랐다. 그 순간 나는 엄마 얼굴에 스친 어색한 웃음을 봤다. 속으로는 서운하고 창피했을 것이다. 내 마음이 더 상했다. 그렇게 소외된 엄마의 모습이 내게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그 기억은 나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엄마의 기를 세워드려야지.’

몇년뒤, 나는 승합차를 몰고 나타났다. 동네 아짐들을 태우고 엄마가 큰소리치는 모습은 뿌듯하고도 시원했다. 읍내 목욕탕으로 달려가는 길, 나는 속으로 다짐했던 결심이 드디어 이루어졌음을 느꼈다.


그 일을 계기로 알았다. 언제나 인심 좋고 넉넉해 보였던 엄마도 사실은 사람 냄새 나는 평범한 이웃이었음을.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모욕이고, 누군가에겐 삶의 결심이 될 수 있음을.

작은 갑질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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