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외침

by 자그노기

추석 아침, 창밖에는 새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만 간간히 스쳤다.

자동차도, 작업 소리도, 인기척도 없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밤새 창밖에서 들려온 괴로운 외침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절규가 몇 분 간격으로 들려왔다.

도대체 이 명절날, 누가 저렇게 소리치는 걸까.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가까이에 있었다.


잠시 후, 누군가의 낮은 소곤거림이 들리고,

그제야 울부짖음이 멎었다.


몇 달 전, 윗집 여자가 한밤중에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다.

남편을 찾겠다며 베란다와 장롱, 침대 속까지 뒤지던 그녀.

온몸에서 술 냄새가 풍겼고, 마스크 사이로는 진하게 그린 속눈썹과 충혈된 눈이 보였다.

짧은 치마, 세련된 차림, 비틀거리는 걸음.

그녀는 화려했지만 위태로웠다.


이웃이지만 낯선 사람처럼 지냈다.

먼저 인사를 건네지도, 받지도 않았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이 유일한 인사였다.

남편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우리 집에서 나가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내 물음에 그녀는 “아니에요.”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 말 속엔 도움을 거부하는 단단한 벽이 있었다.


그녀는 오랜 세월 아이 없이 부부로 지냈다.

남편은 차분했고, 배우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 “나랑 상관없어요?”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한집에 살면서 서로를 외면한 채 지내온 부부.

그 관계의 균열이 깊어진 듯했다.


나는 처음엔 그녀를 무례하고 냉정한 사람이라 여겼다.하지만 그날 밤, 절규 속에서 들린 목소리는 사랑과 미움이 뒤섞인 괴로운 울음이었다.

그녀의 소리는 차가움 뒤에 감춰진 상처였다.


며칠이 지난 오늘 새벽에도, 그녀의 외침은 다시 들렸다.

그 끈질긴 목소리는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음을,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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