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상 위에는 맛난 음식들이 한가득 펼쳐져 있고,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번졌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문득 엄마의 환갑 잔치가 떠올랐다. 일곱 남매가 똑같은 한복을 입고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그날. 그때 나는 혼자였고, 언니들 또한 결혼하기 전이라 짝이 있던 건 셋뿐이었다. 그때의 부모님은 참 연로해 보였는데, 이제는 내 바로 위 언니가 그 나이에 서 있다. 그리고 2년 뒤면 나 역시 환갑을 맞는다. 아직은 젊다고 믿고 싶었는데, 어느새 부모님의 나이에 닿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흔든다.
언니는 낯선 타지에서 홀로 살아왔다. 외롭다고 말하던 세월이 어느덧 10년. 몇몇 지인만 초대한 줄 알았는데, 식당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이들이 언니를 축하하러 왔다. 케이크와 꽃, 푸짐한 음식,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언니의 환갑은 환하게 빛났다.
사실 언니와 나는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하지만 처음 보는 이들의 눈에는 비슷해 보였는지, 어떤 어르신은 “훌륭한 언니를 두었으니 좋겠다”라며 몇 번이고 내게 말씀을 건넸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낯선 곳에서 10년을 버티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언니가 인정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언니는 늘 엄마를 닮아 얼굴이 못났다며 스스로를 낮췄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손가락이 굽어지도록 일하면서도 늘 옆 사람을 챙겼고, 다정한 몸짓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베풀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 언니의 삶을 통해 증명된 듯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잔치의 순간을 담았다. 커다란 케이크에 불이 켜지고, 박수 소리와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환호 속에서 케이크를 자르던 언니의 손놀림은 놀라울 만큼 빨랐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내 마음은 문득 짠해졌다. 웃음 뒤에 가려진 지난 세월의 아픔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중 속에서 환하게 웃는 언니. 그러나 가장 가까운 내가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 그 미소 뒤에 숨어 있었다. 남을 도닥이며 살아온 언니였지만, 어쩌면 그만큼의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 하나쯤을 품고 산다. 언니의 환갑은 축복의 자리이자, 지나온 고단한 세월을 떠올리게 하는 서글픈 자리였다.
환갑은 노년으로 향하는 문턱이지만, 동시에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오늘 나는 언니의 웃음 속에서 그 두 가지 얼굴을 함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