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바람 없는 빗줄기는 곧바로 지면 위로 떨어지고 있다.
기계의 소음처럼 일정한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창가에 앉아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졸고 있는 고양이.
이내 앞발을 몸속에 감추고, 싸늘한 공기에 조심스레 반응한다.
긴 머리카락을 말리는 드라이 소리가 빗소리를 잠시 삼킨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딸의 손끝,
“긴 연휴 다음 월요일이라니… 아, 싫다.”
독백 같은 한마디가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기계 소리가 멎자,
이제야 진짜 빗소리가 들려온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소리 —
마치 부침개를 부치는 고소한 냄새처럼,
비의 향이 소리로 구워지고 있다.
비 오는 날이면 길고양이들은 어디에 숨을까.
며칠째 골목에서 보이지 않던 비둘기들도 오늘은 자취를 감췄다.
새소리마저 사라진 아침,
빗소리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멀리서 자동차 경적이 짧게 울린다.
밤새 찌푸둥했던 관절이 오늘따라 뻐근하다 했더니,
역시 비가 올 징조였다.
창밖 잎사귀의 미세한 떨림이
바람을 머금은 공기의 흐름을 드러낸다.
빗소리는 어느새 강약을 조정하며, 굵게, 더 굵게 떨어진다.
내 몸을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기운 —
어쩌면 그것은 출근길에 오른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대신해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