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의 하루

by 자그노기

보건소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나왔다. 햇빛은 얼굴을 따갑게 때렸고, 그늘 하나 없는 정류장은 마치 벌판처럼 느껴졌다. 나는 햇빛을 등지고 약간 뒤틀린 몸짓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환승을 위해 잠시 내린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인상 좋고 반듯한 모습이었다. 다시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을 때, 그는 손바닥에 있던 하얀 무언가를 입으로 가져가 빠르게 먹고 있었다. ‘오잉?’ 외투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기다란 쌀강정이었다.


어릴 적,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마을은 대형마트처럼 활기가 넘쳤다. 초라한 시골의 하루가 잔칫날처럼 변하던 날이었다.

이웃 아주머니가 사과를 바지에 ‘쓱싹’ 문지르더니, 반쪽을 손으로 뽀개어 “자, 묵어라.” 하고 내밀었다. 얼른 받아먹으면 좋으련만, 나는 부끄럽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길 위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어쩐지 창피했다. 아마 남의 시선을 의식하던 나이였던 것 같다.


요즘은 점심을 놓칠 때가 많다. 간식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급할 때면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버스정류장에서 본 그 청년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의식하며, 빠른 걸음으로 한 끼를 삼키는 사람.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눈치를 보며 먹는 내 모습이 가끔은 측은하게 느껴진다.


한 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바쁜 하루, 그 청년도 아마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의 그 부끄러움이 세월을 건너 지금의 나에게까지 와서,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보건소를 다녀오며, 낯선 청년이 어쩐지 남의 일이 아닌 듯 애잔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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