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예술의 거리

by 자그노기

혜화동 예술의 거리는 여전히 젊었다.

간판을 고치고 리모델링 중인 가게들 사이로, 활기가 바람처럼 흘렀다.

30년 만에 찾은 거리였지만, 낯선 도시의 한복판에 선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입구가 작은 소극장 앞에는 배우 한 사람이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극을 알리고 있었다. 우리는 골목을 따라, 미리 예매해둔 공연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싸늘한 바람이 스치며 내 몸에 예술의 향기를 적셔놓았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낯선 설렘이 밀려왔다.

어둠이 관객을 삼키자, 우리는 오로지 무대만 바라보았다. 처음 마주한 배우의 숨결과 조심스러운 관객의 기침소리가 어색하게 뒤섞였다. 맨 앞줄에 앉은 우리 네 식구는 배우의 눈빛을 가까이서 마주하며 묘한 긴장을 느꼈다.


90분 동안 배우들은 인생의 한 장면을 압축해냈다. 그들의 몸짓 사이로 흐르는 땀과 노력의 결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남았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깨달음이 한데 섞인 그 연극은 결국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러나 쉽게 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삶 말이다.


막이 내리자 관객들은 흩어졌다.

사인을 받는 시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자리를 떠났다. 그것도 자유이지만, 함께 박수를 보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배우들 앞에 다가가 한 사람씩 그들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들의 수고가 안쓰럽고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극장을 나와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마음이 머물렀다.

‘간식비라도 건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이들은 분명 “엄마, 또 오버한다” 하겠지.

하지만 내겐 그 밤의 혜화동이, 단순한 공연의 추억이 아니라

누군가의 진심이 무대 위에서 반짝이던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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