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속내

견딤 끝에 피어나는 가을의 여유

by 자그노기

어떤 계절이 좋은가.

어른들은 대부분 봄이나 가을을, 아이들은 여름이나 겨울을 선택한다.

봄은 꽃이 피어나며 온화함과 행복의 향기를 흩뿌린다.가을은 푸름 속에 익어가는 성숙함으로, 마치 시 한 편을 써보고 싶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여름과 겨울은 다르다.

물속으로 몸을 던져도 부딪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 속에서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여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겨울에는 소리 없이 내려앉은 하얀 눈알갱이가 발밑에서 밟히며, 느끼한 미끄러짐에 몸을 맡기고 노는 즐거움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을을 쓸쓸함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왜 그래야 하느냐는 반발심이 생긴다.덥다면 덥고, 춥다면 추울 뿐이다.

그 단순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덧붙이고 있을까.


여름은 알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 죽지 않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숨이 막힐 듯한 더위 속에서도 여름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며 인내를 시험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의 흐름대로 가을을 영웅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다.

가을은 여름을 견뎌낸 결과물이다.

죽을 힘을 다해 아이를 낳는 엄마의 절규 끝에

생명의 기쁨이 오는 것처럼,

여름의 뜨거움은 우리를 통과하게 하는 열기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계절이 그 자체로 아름답듯,

우리 또한 존재만으로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우리가 있으므로,

자연 그대로의 가을이 아름답다.

살아 있으므로 가을이 위대하다.


여름은 그 비밀을 말해버릴까 봐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성숙한 이는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알 듯이, 가을 또한 해석하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 색의 변화와 마음의 움직임은 어쩌면 우리의 심리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때는 시간을 조여오지만,

가을은 시간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 느슨함 속에,

여름이 남겨둔 숨결이 고요히 식어가고 있었다.


“뜨거운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가을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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