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 버스 안은 늘 졸음과 피곤으로 가득하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나에게는 부족한 아침잠을 메우는 고마운 시간이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삼십 년 동안 오간 길. 이제는 눈을 감고도 어디쯤인지 알 만큼 익숙하다.
그날도 버스가 정류장에 가까워지자 벨을 눌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출구 쪽으로 나와 교통카드를 찍었다.
가끔은 이미 찍어놓고 또 찍는 바람에 삑삑 소리가 울릴 때도 있었다.
앞에 차 두 대가 멈춰서자 버스도 그대로 멈췄다. 그러다 앞차가 움직이자 기사님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혹시나 정류장을 지나칠까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
“내려주세요.”
그런데 차가운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정류장에 가야 내려주죠!”
순간 공기가 얼었다.
그의 눈빛에는 불쾌함이 가득했고,
나는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를 내뱉었다.
버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려달라 한 것뿐인데, 왜 저렇게 화를 냈을까?’
이른 아침부터 소리칠 만큼 화날 일이었을까.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고, 나는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전에 어떤 손님에게 상처를 받았던 걸까?
아니면 피곤과 스트레스가 쌓인 하루의 시작이었을까.
이해하려 애써도 마음 한켠이 저렸다.
“내가 뭐 잘못했지?”
그저 내려달라 말했을 뿐인데, 서운함이 눈물로 번져올랐다. 잠시 복수심도 스쳤다.
‘종점까지 따라가서 따질까?’
‘아니면 민원을 넣을까?’
그러다 문득, 예전에 기사님이 내릴 곳을 지나쳐 다시 돌아온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불편함이 싫어 미리 말한 것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는 정확히 정류장에서만 문을 여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내 방식대로 편한 걸 원했고,
그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고 있었던 거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쉽게 단정하고 오해한다.
그날 나는 그를 오해했고,
그도 나를 오해했을 것이다.
며칠 동안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의 말투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들릴 수 있겠구나.
말 한마디가 마음을 다치게도, 따뜻하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아침 출근길의 그 짧은 순간이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