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숍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원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를 쳐다볼 겨를도 없이 쏙 지나가 버렸다. 반짝이를 뽐내던 그는 누가 선택받을지 궁금해하며 조명을 더 받으려고 몸을 기울였다. 한때 주름잡았던 언니들은 뒷자리에 물러나 있었다. 그들에겐 이미 꿈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신상일수록 반짝임이 심해져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원장님의 설명이 끝나자, 신부는 “네이버를 입어볼게요”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신부가 결정해둔 후보였다. 커튼 뒤로 자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우리 원래 정한 걸로 하자. 변하면 안 돼.”
그들은 원장님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듯 머뭇거렸다.
첫 번째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입을 삐죽였다. 커튼이 열리자 “와!” 소리와 함께 1초 만에 무표정. 두 번째는 달랐다.
“와, 신부같다! 완전 예뻐!”
드레스와 면사포가 어우러지며 환호가 쏟아졌다. 후보 1에 등극했다.
세 번째 드레스는 반짝임이 강했다. 공주처럼 화려했지만 신부는 정신을 다잡았다. 네 번째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부드러운 실크에 세련된 여왕의 기품. 어려 보이려던 마음이 슬며시 사라졌다. 웃음기가 입가에서 지워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번과 2번은 이미 결제된 상태였다. 3번부터는 금액이 커서 신중해야 했다. 그런데 원장님이 말했다.
“신부님, 한 벌만 더 입어보세요.”
상술인 걸 알면서도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번째, 바로 나였다. 커튼이 열리자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이 찾아왔다. 원장님이 감탄했다.
“너무 예쁘세요. 이건 아무에게나 안 입히는 드레스예요.”
커튼 뒤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입은 드레스가 생각 안 나네요.”
신부도 속삭였다. “진짜 예쁘다…”
사진 플래시가 터지고, 세련된 빛이 쏟아졌다.
결정의 순간이 왔다. 신부의 마음은 2번과 5번 사이에서 흔들렸다. 2번은 아쉽고, 5번은 부담스러웠다.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마음에 드는 거 입어.”
친정엄마의 말에 신부는 신랑을 바라봤다. 눈빛엔 복잡한 줄다림이 비쳤다.
“금액이 얼마나 추가되나요?”
순간, 공기가 멎었다. 원장님은 금액을 조금씩 내렸고, 신랑은 말했다.
“그래, 입어.”
그 말 한마디로 나는 선택받았다.
이제 결혼식장에서 마음껏 빛날 차례다.
살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다. 설득하는 자와 설득당하는 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전문가가 아니고선 이겨내기 어렵다. 속은 듯한 찜찜함이 남지만,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