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대부분의 중년을 넘긴 사람들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고, 이제는 뭔가를 안다는 듯한 한숨 섞인 말투가 그것을 증명한다.
감정이 사라진 듯한 얼굴, 그것이 어쩌면 중년 이후의 표정인지도 모른다.
남편을 보면 고개가 절레절레,
자식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남에게는 끄덕이며 공감하다가도 자기 생각을 밀어넣는다.
이제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만의 균형감이 생긴 것이다.
“나 땐 말이야.”
이 말은 누구나 한다.
상처 준 사람, 마음에 맺힌 이야기들은 단골손님처럼 늘 등장한다.
수없이 반복해도 처음 말한 것처럼 감정이 살아 있다.
시간이 지나도 맺힌 것은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것이 있다.
같은 말 반복, 충고, 긴 말, 큰소리, 되묻기,
그리고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젊을 땐 그랬다.
학생 때는 남녀 구분 없이 친해지고 싶었지만
어색함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건 노력보다는 기질의 문제였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어색함이 사라졌다.
누구에게든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나도 모르게 웃고, 먼저 인사한다.
긴장감보다는 담담함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야 비로소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어색함을 몰아낸 건 아마 이해일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존중받는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를 먼저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일 아닐까.
그렇게 산다면
인생의 마지막 장은
한결 따뜻하고,
조용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