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구석에서 포장된 가자미를 발견했다.
오늘 저녁 메뉴로 딱이었다.
찜통에 살짝 쪄서, 후라이팬 위에서 굽기 시작했다.
속살이 연해지며 뒤집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
갈릭스테이크 소스를 뿌리자 풍기는 냄새에 참지 못하고 한입 먹었다.
담백한 가자미 맛 속에서 살짝 비린내가 느껴지며 입맛을 자극했다.
가자미를 보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0대 초반, 오랜만에 부산에서 오신 이모를 대접하던 시절.
이모는 조기를 굽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나는 거들기 위해 곁으로 다가갔다.
“네가 조기한 번 후라이팬에 구워볼래?”
이모는 내 어깨 너머로 날카롭지만 묘하게 따뜻한 시선으로 날 지켜보았다.
이모의 얼굴은 엄마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낯설지 않았다.
엄마에게서 본 적 없는 엄격함이 배어 있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 걱정과 기대가 숨어 있었다.
나는 몰랐다. 몇 번 뒤집는 사이 조기 살이 흩어지고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때 이모가 말했다.
“너 조기 굽는 거 보니 시집 못 가겠다.”
그 말은 마치 미래를 예언한 듯했지만, 나는 그 속뜻을 이해할 리 없었다.
아마 조기를 잘 구우라는 걱정에서 나온 핀잔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 예언은 빗나갔고, 나는 결혼 후 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굽는 사람이 되었다.
성공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그런데 오늘, 나태해진 마음으로 후라이팬에 가자미를 굽자 살이 부서졌다.
형체도 없이 부서진 가자미를 보며,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다.
순식간에 긴장감과 함께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바로 우리 이모였다.
그분은 세상에 없지만, 후라이팬 위에 가자미를 굽는 나는
이모를 떠올리며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