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은 갈대, 남자의 마음은 그 위에 앉아 있는 잠자리.”
한때 이 말이 흔하게 입에 오르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 뜻을 알 수 없었고, 듣기만 하면 마음 한켠이 불편해지곤 했다.
언덕 위,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갈대를 자주 보던 때였다.
내 키보다 큰 갈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제자리에서 묵묵히 흔들리고 있었다.
가늘어 보이는 줄기, 바람만 스쳐도 꺾일 듯하지만
수십, 수백 줄이 함께 모여 한 세계를 이루는 모습은 묘한 위엄을 풍겼다.
혼자였다면 연약했을까?
함께였기에 더 강해 보였던 걸까?
머리칼을 흩날리는 여인처럼,
바람 결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들판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갈대 사이로 저녁노을이 스며들 때면
내 안의 오정육보가 꿈틀대며 어딘가로 터져나갈 듯했다.
그 감정은 설명할 수 없었고,
말하면 사라질 것 같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늘 갈대의 줄기와 머리만 보았다.
그 아래 깊숙이, 흔들림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있음을 잊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는 쉽게 생긴다.
갈대처럼 사람도, 마음도 그렇다.
여자의 마음이 흔들린다는 말.
하지만 그 위에 앉은 잠자리 같은 남자의 마음이 더 먼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뜻을
나는 이제서야 이해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갈대는 쉽게 흔들리지만
결코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것은 단단한 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